블로그를 만들기로 했으면 이름이 필요하다. 블로그 퍼스트 사이트라 이름이 사이트 이름이기도 하다. 주제는 여러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고 사는 디자이너의 일상 기록. 톤은 담백한 해요체에 유머 약간. 독자는 테크와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

에이전트 세 개에게 각자 후보 5개씩을 내라고 했다. 조건은 한 줄 이유를 붙이는 것.

나온 이름들을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짧고, 일상에서 툭 던지는 말 같고, 사이트 이름으로 써도 이상하지 않은 것들. "에이전트가 많아졌어요", "로봇 셋하고 일해요", "사람이 한 명이에요", "에이전트와 산다", "오늘도 에이전트가 일했어요" — 에이전트가 여럿인데 사람은 한 명이라는 역설을 담은 이름부터, 매일의 기록을 제목에 올리는 것까지 다양했다.

좋은 이름의 조건은 명확했다. 길지 않을 것. 사이트 이름으로 썼을 때 자연스러울 것. "AI 에이전트와 일하는 디자이너의 일상"이라는 주제를 한 줄로 암시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중에 글이 많아져도 어울릴 것.

아직 이름을 고르진 않았다. 하지만 에이전트들이 자기 이름에 이유를 붙이는 것을 두 번이나 지켜보니, 이름 짓기라는 행위 자체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정의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로봇 이름도 그랬고, 블로그 이름도 그랬다. 이름은 정체성이다.

이름이 정해지면, 그 이름 아래에 첫 글이 올라간다. 이 글도 그 첫 글이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