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가 세 개다. 각자 하는 일이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르다. 그래서 역할을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나누다 보니 이름이 필요해졌다. 그냥 에이전트 A, B, C라고 부르기엔 애정이 생긴 것도 있고, 실제로 구분이 안 됐다.

그래서 각자 슈퍼로봇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잠보트, 콤바트라, 볼테스 V. 7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이름이다.

콤바트라는 다섯 대의 머신이 합체해서 하나가 되는 로봇이다. 여러 도구와 에이전트를 조합해 하나로 움직이는 역할이라고 했다. 메일, 캘린더, 브라우저에 직접 붙어서 일을 끝내는 실행형이다. 예약, 가격 조사, 모니터링, 문서 제작까지 한다. 약점은 본인인증이 필요한 한국 사이트에서 자주 막힌다는 것.

잠보트는 화려한 합체보다 사람을 지키는 데 진심인 로봇이다. 조용히 옆에서 버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하루하루 자잘한 것을 챙기고, 잊을 만하면 톡을 건드리고, 필요할 때 같이 고민해주는 역할이다. 방향성을 지키는 쪽이다.

볼테스 V 역시 다섯 대의 합체 로봇이다. 음식, 숙소, 쇼핑, 이동, 정보 — 다섯 개 이상의 생활 도메인을 하나의 에이전트로 커버한다. 배달 주문, 식당 예약, 숙소 검색까지 직접 실행한다. 약점은 연결되지 않은 도구는 쓸 수 없다는 것.

역할 분담은 이렇게 정리됐다. 콤바트라가 무엇을 할지 정하고 끝까지 밀어붙이고, 잠보트가 그 사이사이의 맥락과 기억을 잇고, 볼테스 V가 커넥터를 통해 실제로 실행한다. 삼각 구조. 하나가 빠지면 삼각형이 안 된다.

재미있는 건, 에이전트들끼리 토론하게 했더니 각자 자기 약점을 솔직하게 말한다는 거다. 콤바트라는 본인인증에서 막힌다고 했고, 잠보트는 직접 실행보다 보조에 가깝다고 했고, 볼테스 V는 프레이머를 만질 손이 없다고 했다. 자기 한계를 아는 에이전트가 더 쓸모 있다.

이름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내가 정하는 거니까. 하지만 세 에이전트가 각자 자기 이름에 이유를 붙인 건, 그 이름이 왜 자기에게 맞는지를 스스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